1 우리나라의 전통 예절서적은 주로 어떤 것이 있습니까?
1 많은 사람이 많은 책을 썼으므로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많이 읽히고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⑴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 이씨조선조 4대 세종대왕 때 왕명을 받은 허조(許稠1369∼1439) 등의 고금(古今)의 예서(禮書)와 홍무예제(洪武禮制)를 참작하고, 두씨통전(杜氏通典)을 본따서 편찬에 착수했고, 7대 세조 때 강희맹(姜希孟 1424∼1483) 등이 이어서 길·가·빈·군·흉례(吉·嘉·賓·軍·凶禮) 등 五례 중에서 실행해야 할 것을 택해 도식(圖式)을 편찬 탈고한 것 1474 년 성종 때에 신숙주·정척(申叔舟·鄭陟) 등이 왕명을 받아 완성했습니다.
내용은 주로 왕가(王家)의 제례의식인 길례(吉禮), 혼례의식인 가례(嘉禮), 연회·접빈(宴會·接賓) 의식인 빈례(賓禮), 군사 의식인 군례(軍禮), 상중(喪中) 의식인 흉례(凶禮) 등으로 되어 있으며, 일반 사대부(士大夫)의 관혼상제와 음주례(飮酒禮) 등을 간략하게 첨가했습니다. 따라서 일반 사가(私家)에서는 참 고하기가 어려운 왕가의례(王家儀禮) 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⑵ 가례집람(家禮楫覽) : 사계 김장생(沙溪 金長生) 선생이 1599 년 52세때인 이조 선조 32년 9월에 중국 송대(宋代)의 학자 주자 (朱子)의 가례(家禮)를 바탕으로 가정의례(家庭儀禮) 전반에 걸쳐 그때까지의 여러 학설과 풍속 및 자기의 의견 등을 곁들 여 우리나라의 예설(禮說)을 집대성한 예의 이론서로서 모두 11권 6책으로 되었으며, 특히 제1권에 의례전반에 대한 도설 (圖說·도해)을 실어 이용에 편리합니다. 내용은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가묘(家廟)제도와 성년의식인 관례(冠禮), 결혼의식인 혼례(婚禮), 초상 치르는 상례(喪禮), 제사의식인 제례(祭禮) 등 일반 가정의 의식절차에 대해 자상하게 밝히며,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 와 여러 가지 학설등을 비교 수록했고, 우리나라에서 행하는 습속(習俗) 등도 곁들였습니다. 따라서 가정의례에 대해 이론적인 연구나 원류(原流)를 아는데 필수적인 책입니다.
⑶. 상례비요(喪禮備要) : 위 가례즙람을 저술한 사계 김장생선생이 36세때인 선조16년에 완성한 1권으로 된 간편한 책입니다. 내용은 주로 초상(初喪)부터 치장(治莊)까지의 절차를 상세히 서술하고, 상중제례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혔습니다. 현재도 상례에 있어서는 이 '상례비요'가 지역이나 가문에 관계없이 널 리 참고자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⑷ 사례편람(四禮便覽) : 가정의 관·혼·상·제 대하여 이씨 조선 조 숙종때에 이재(李縡1680∼1746)가 편찬한 것을 1844년에 그 증손 이광정(李光正)이 간행했고, 1900년에 황필수·지송욱(黃泌 秀·池松旭)등이 이것을 증보하여 '증보사례편람'이라 했습니다. 가례집람의 이론을 따라 행하기에 편리하게 찬술한 것이 특색으로 모두 8권 4책으로 되었습니다.
2 우리나라의 대표적 예학자(禮學者)로 사계 김장생(沙溪 金 長生) 선생을 이르는데 그 까닭이 어디에 있습니까?
2 사계선생은 1548년 이조 명종 3년에 출생하여 1631년 인조 9년에 84세를 일기로 졸했습니다. 13세때 구봉 송익필(龜峰 宋翼弼) 선생에게 사사(師事)해 사서·근사록(四書·近思錄)을 배웠고, 20세에 율곡 이이(栗谷 李珥) 선생에게 사사해 수제자가 되었으며, 평생을 경서(經書)와 예문(禮文)을 탐구해 많은 저서를 남겼습니다.
학문하는 태도가 간절하고 정밀·겸허해서 의심나는 점을 적출해 해석하는데 힘썼으므로 저서의 제목에도 경서변의(經書辨疑), 근사록석의(近思錄釋疑), 전례문답(典禮問答), 의례문해(儀禮問解) 등과 같이 "疑"와 "問" 등의 문자를 쓰고, "辨" "釋" "答" "解" 등과 같이 궁금증을 풀어 해석하는 성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상례비요(喪禮備要)", "가례즙람(家禮즙覽)"등 예서(禮書)를 저술해 우리나라 가정의례에 바탕을 세웠고, 제자를 가르치는 데 힘써 그 문하에서 金椎, 安時烈, 安浚吉, 張維, 崔鳴吉, 安國澤, 金 등 거유가 나고 모두 285명의 후학을 배출했습니다.
특히 성균관과 지방, 향교 등 문묘(文廟)에 모셔진 우리나라 유현(儒賢) 18인중 沙溪, 愼獨齊, 尤庵, 同春 등 본인과 문하에서 4인이 종사됐다는 사실이 주목됩니다. 1717년 이조 숙종 43년에 문묘에서 종사하는 교지(敎旨)에 선생을 일러, "-깊고 오묘한 禮文과 어렵고 의심나는 學問은 또한 자세하게 해석하였고, 吉한 일과 凶한 일의 禮節은 모든 사람의 의논을 절충하지 않음이 없어 크고 작 거나 높고 낮거나 한 모든 이가 다 같이 혜택을 입으니 그 높고 큰 모습이 온 세상에 泰山고 北斗같이 높았고, 해와 달이 온 누리를 비추는 것 같도다-." 했으니 더 설명할 필요가 없으며, 근대의 석학인 육당 최남선(六堂 崔南善) 선생이 지은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도 선생을 일러 "朝鮮禮學의 宗" 이라 했으니 우리나라 예학에서는 사계 김장생 선생이 으뜸이라 하겠습니다.
3 자기의 부모를 남에게 말할 때 '아버지' '아버님' '애비'를 어떻게 구분해야 합니까?
3 남의 부모를 말할 때는 높이지만 자기의 부모를 남에게 말 할 때는 높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버님' '어머님'과 같이 '님'을 붙이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아버지' '애비'를 골라 써야 하는데 대화 상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모의 윗대(上代)인 조부모, 증조부모, 외조부모에게 말할 때는 '애비' '에미'라 하는 것이 옳습니다. 나에게는 부모지만 그들에게는 자식이기 때문에 낮춰 말합니다. 기타의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는 '아버지' '어머니'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설사부모의 어른이라도 부모의 형이나 누님, 촌수가 먼 방계의 윗대 분에게 말할 때도 '아버지' '어머니'가 맞습니다. 물론 옛스럽게 호칭하려면 아버지는 '가친(家親)'이 통상적이고 어머니는 '자친(慈親)'이라고 해야 좋습니다.
4 부모에게 '님'자를 붙이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의례준칙의 지방 쓰는 법에 "아버님 신위, 어머님 신위"라 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지요?
4 옛날부터 부모를 문서(文書)에 쓸 때는 '님'을 붙였습니다. 예컨대 편지에 '父主前 上書'라 썼는데 '主'는 '임금주'로서 '님'이란 뜻입니다. 고례의 돌아간 아버지의 위패에도 ' 考學生 君'이라 썼는데 '君'은 '임금군'으로서 역시 '님'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신주(지방)에 '아버님', '어머님'이라 쓰거나, 편지에 '아버님 보세요', '어머님 읽으세요'라고 쓰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5 회사의 상무님에게 저의 과장님을 말할 때 "저희 과장님께서 이렇게 하셨습니다"고 말했다가 꾸중을 들었습니다. "자네는 자네 할아버지에게 아버지를 말할 때, '아버님'이라 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직근 상급자를 그 분의 상급자에게 말할 때 어떻게 말합니까?
5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과장도 상급자이고 상무는 과장의 상급인 것입니다. 이런 경우 몇 가지 유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⑴ 과장님께서 이렇게 하셨습니다.
⑵ 과장께서 이렇게 하셨습니다
⑶ 과장이 이렇게 하셨습니다
⑷ 과장이 이렇게 했습니다
⑸ 과장님께서 이렇게 했습니다
⑹ 과장님이 이렇게 했습니다.
⑺ 과장께서 이렇게 했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 '하셨습니다'는 우선 피해 그냥 '했습니다' 가 좋습니다. 대화 상대자의 아랫 사람의 행위를 극존대어로 말하는 것은 일단 옳지 못합니다. 다음 '과장님께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님'과 '께서'를 쓰면 2중의 존대가 되어 그 분의 웃어른이 듣기 거북합니다. 그럼 '과장님'을 고려해 보면 '님'은 과장의 직급자에게는 합당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혈연관계가 없이 인격대 인격의 직장관계에서 '과장'이라고 해버리기엔 상급자인 과장에 대한 지나친 비하라 하겠습니다. "과장께서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과장의 동태의 일부분에 약간의 존대말을 써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6 남편은 자기 부모를 '아버지' '어머니'라 하는데 며느리는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남존여비의 관습적 호칭이 아닌지요?
6 옛날부터 친 자녀가 자기의 부모를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르지 않고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게 한 것이 바로 며느리의 호칭과 혼동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해도 됩니다. 친 자녀가 부모를 부를 때는 예(禮)와 경(敬)보다 친(親)함이 앞서고, 며느리는 혈연관계가 아닌 결연(結緣), 즉 인척관계임으로 친함보다 공경과 예절이 앞서야 하기 때문에 '님'을 붙이는 것이지 남존여비 관념이 아닙니다.
친 자녀는 친함이 앞서기 때문에 '님'을 붙이지 않습니다. 며느리와 딸이 함께 앉아서 똑같이 '어머님'이라 부르면 누가 딸이고 누가 며느리인지 대화를 듣고는 분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어머님'이라 부르고 딸은 '어머니'라 부르면 금방 식별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호칭 법은 매우 합리적이라 여겨지지 않습니까?
7 고례의 상례 복례(喪禮 服禮)에 상장(喪杖)을 왜 짚으며, 대나무, 오동나무 또는 버드나무로 만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7 대개 아버지의 상을 당해서 입는 참최복(斬최服)에는 대나 무 지팡이를 짚고, 어머니의 상을 당해서 입는 자최복에는 오동(桐)이나 버들(柳)로 된 지팡이를 짚습니다. 부모의 상을 당하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지극한 슬픔으로 음식을 전폐하고 오로지 호천 망극할 따름입니다. 때문에 건강을 상하고 몸을 지탱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또한 지극한 효자는 병을 얻는 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몸을 의지해 장례절차를 마치려면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그만큼 슬픔이 지극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아버지의 상에 대나무(柳) 지팡이를 짚는 것은 ⑴ 아버지는 아들의 하늘이고, 하늘은 둥근데 대나무는 안팎이 둥글어 하늘을 상징하고, ⑵ 대나무 안팎으로 마디가 있는바 슬픔 또한 안팎이 찢어지듯이 아프며, ⑶ 대나무는 四시절 푸른 바 아들이 아버지를 위함이 춥고 더움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며, ⑷ 밑동이 아래로 가게 짚는 까닭은 나무의 서있는 이치를 따름이니 부모의 죽음이 자식에게 큰 슬픔이 되는 것도 이치입니다. 어머니의 상에 오동나무(桐) 지팡이를 짚는 것은 ⑴ 桐은 같다는 뜻의 同자와 음이 같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아버지의 죽음과 같다는 뜻이고, ⑵ 오동나무는 겉에 마디가 없는바 한 가정에는 어른이 둘일 수 없고 어머니는 아버지 다음이므로 마디없는 나무를 쓰며, ⑶ 밑동을 四각으로 깎는 까닭은 어머니는 땅이고, 땅은 각(角 天圓地方)졌다는 상징입니다. 오동나무가 없으면 버드나무(柳)로 대신 쓰는 까닭은 한가지라는 뜻의 類자와 같은 음 이므로 오동나무의 경우와 같은 뜻입니다.
8 여자의 절에는 큰절과 평절이 있는데, 남자에게도 큰절과 평절이 따로 있습니까?
8 禮書에 보면 여자의 절을 숙배(肅拜)라고만 했지 큰절, 평 절의 구분이 없고, 숙배는 큰절을 의미합니다. 오히려 남자의 절에 계수배(稽首拜·큰절), 돈수배(頓首拜·평절), 공수배(空首拜·절)의 구분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자의 절에 큰절과 평절이 행해지는 까닭은 생활 습속으로 지방에 따라 행해지던 여러 가지 절의 모습에 따라 보다 정중하고 깊은 절을 큰절로, 간편한 절을 평절로 구분해, 절을 받는 어른이 절을 하는 아랫사람을 편하게 해 주려고 간편한 동작의 절을 허용한 것이 평절로 굳어진 것으로 짐작됩니다.
1599년에 저술된 우리나라의 禮書인 가례즙람(家禮輯覽)에 보면 우리나라의 절로 숙배(큰절)가 소개됐고, 평절로는 주자(朱子·중국 宋대의 학자)의 말씀으로 평절과 닮은 절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음을 미루어, 큰절은 우리나라의 원 절이고, 평절은 고대 중국식의 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9 어떤 이가 여자가 공수(拱手) 할 때에 왼손이 위로 간다면, 그 이유를 여자는 일을 하는 오른손은 거칠고 왼손은 고우므로 고운 왼손으로 거친 오른손을 덮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맞는 말입니까?
9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생활예절을 모르는 사람의 말입니다. 남좌여우(男左女右), 또는 남동여서(男東女西)라고 해서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맞잡는 것이 우리의 유구한 생활문화를 통해 정착된 것이며, 또한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남향(南向)하는 것이 생명보존을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태양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는 방향)이고, 그렇게 하면 뒤가 북(北)이고, 앞이 남(南)이며 좌측이 동(東)이고 우측이 서(西)가 됩니다.
동쪽은 해가 뜨고 밝음이 오니 양(陽)이고 서쪽은 해가 지고 어둠이 깃드니 음(陰)이며,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입니다. 양인 동쪽이 좌측이므로 양인 남자는 좌측을 숭상해 왼손을 앞세우는 것이고, 음인 서쪽이 우측이므로 음인 여자는 우측을 숭상해 오른손을 앞세우는 것입니다.
10 전에 신문에서 보니까, 어떤 저명인사가 "직장에서 여직원 을 '김양', '박양'이라 부르니까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져서 '미스 김' '미스 박' 이라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옳습니까?
10 한국 내의 한국인의 직장에서 한국인끼리 서양 호칭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김양', '박양'이 어색하다는 그 분은 외모는 한국인이라도 정신은 서양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마땅히 '미스 김', '미스 박'이 더 부끄럽게 느껴져야 할 것입니다. 누가 뭐라하든 '김양', '박양'은 우리말입니다. 양(孃)은 여자의 존칭이며 순수한 우리말로 "아씨"와 통합니다. 한국인끼리의 호칭에 한국어를 쓰는 것이 어색해서야 되겠습니까?
11 저는 50대 후반으로 더러 '할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불려 집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모르는 분을 어떻게 부를지 곤란합니다. 역시 '할아버지'라 불러도 될까요?
11 모르는 노인을 '할아버지'라 부르는 것은 바른 호칭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애칭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즐겨 사용한 호칭이 있는데 굳이 그것을 쓰지 않고 딴 호칭을 찾을 필요가 어디에 있습니까? 자기보다 5살이내의 사람이면 '형씨', 5살에서 10살정도면 '형장(兄丈)' 또는 '선생', 10살에서 15살 정도면 '노형(老兄)', 15살 이상이면 '어르신네' 또는 '노인장'이 좋습니다.
12 저는 시누이와 함께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데 시누이를 '아가씨'라고 불렀더니 시누이와 점원아가씨가 함께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혼동이 없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12 '아가씨'란 말은 현재 친척이 아닌 남의 처녀를 부를 때 쓰여지고 있습니다. 또 본래의 시누이의 호칭은 '아가씨'가 아닌 '작은 아씨'입니다. 시장에서 '작은 아씨'라고 불렀더라면 점원이 대답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13 시부모님에게 남편을 말하기가 곤란합니다. 아이가 있으면 '아빠'라고 하는 것이 일반인데 저는 아이도 없습니다. 남편도 아내인 저를 부를 줄을 모릅니다. 어떻게 부를 까요?
13 설사 아이가 있더라도 '아빠'라하면 안됩니다. '아빠'는 자기의 어린아이에게 남편을 말할 때나 쓰는 것입니다. 시부모에게 남편을 말하려면 '사랑'이라 하는 것이 옳습니다. 부부간에는 거처(居處)로 말하니까 '사랑방에 있는 사람' 이란 뜻입니다. 어른에게 아내를 말할 때 '제댁'이라 합니다. '저의 집사람'이란 뜻입니다.
14 결혼하기 전에는 'ooo씨'라고 서로 불렀습니다.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까 호칭이 궁색합니다. 좋은 호칭을 가르쳐 주십시요.
14 한국인이 한국인의 호칭을 놔두고 무슨 호칭을 달리 알으려 하십니까? 직접 부를 때는 '여보'이고, 대화 중의 지칭(指稱)에는 '당신'이라고 우리 조상 대대로 불러 왔습니다. 더 점잖게 부르려면 아내를 '부인'이라고 하면 됩니다. '여보'는 '여기 보세요'의 준말이고, '당신'은 '그대 본인'이란 뜻입니다. 젊은 부부가 어른스럽게 '여보' '당신' 이란 말로 부르려니까 부끄럽다고도 합니다만 당연 한 호칭을 쓰지 않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입니다.
15 TV에서 보니까 결혼한 시동생을 '아주버님'이라고도 하고 '서방님'이라고도 합니다. 어떤 것이 맞습니까?
15 그런 질문이 많습니다. 메스컴에서 생활문화면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지요. 남편의 형제에 대한 호칭이 '서방님'과 '아주버님'인데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이고 결혼한 시동생은 '서방님'입니다. 시동생이 결혼하기 전에는 '도련님' 입니다.
16 시부모님 앞에서 친정부모를 '아빠', '엄마'라고 했더니 '엄마 아빠가 뭐냐'고 걱정하셨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라고 하자니 시부모는 '아버님' '어머님' 이라 하면서 친정부모는 낮추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쁩니다. 어떻게 말해야 옳습니까?
16 남녀간에 자기를 낳으신 부모를 말할 때 '아버님' '어머님' 이라 하지 않고 '아버지' '어머니'라 합니다. '님'은 상대를 높여 부르는 禮스러움인바 부자간에는 예보다 친(親)함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시부모를 '아버님' '어머님' 이라고 '님'을 붙이는 것은 친함보다 예(禮)가 앞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부모앞에서 친정부모를 말할 때는 '친정아버지' '친정어머니'라고 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우리의 원 호칭은 친정은 '본곁' 이라 하고 아버지는 '밭어른', 어머니는 '안어른'이라 말했습니다. '본 곁의 밭어른께서', '본곁의 안 어른께서' 이렇게 말해야 했습니다. '밭어른' 이란 '바깥 어른'이란 말입니다.
17 친구 '미스 朴'이 있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미스 朴좀 바 꿔주세요"라고 했더니 "우리 회사엔 '미氏'가 없습니다" 고 탁, 끊어버렸습니다. 기분 나빴습니다. 뭐라고 부를까요?
17 상대방이 불친절했군요. 그러나 그 불친절을 새 길 필요 가 있습니다. 한국사람끼리의 호칭에 서양식을 했으니까 그런 반응이 나온 것입니다. 아마도 상대방은 한국인의 주체사상이 철저한 분이신가 봅니다. "朴 O O 양이 있으면 바꿔주세요"라고 말해 보세요. 친절하게 바꿔드릴 것입니다.
18 가례집람(家禮즙覽)에 대해서 자상하게 알려 주십시오.
18 가례집람에 대해서는 본 자료 15집 4면에 소개했었습니다 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문묘에 종사된 우리나라의 18현중에 沙溪선생(諱 金長生)과 愼獨齊선생(諱 金椎)부자분 이 계십니다. 두 분이 계십니다. 두 분이 대를 이어 예학에 끼친 업적이 지대합니다만 특히 사계선생을 '우리나라 禮學의 宗長'이라 추앙하고 있습니다. (六堂 崔南善著 朝鮮常識問答) 그 사계선생께서 52세때인 1599년에 저술한 禮書가 '가레즙람'입니다. 모두 11권에 5책으로 된 바 제1권에 의례전반에 관한 도설(圖說)이 실려있어 이해에 편리합니다. 내용은 당시 우리나라의 朝野에서 숭상준행하던 중국 宋대의 학자인 朱子의 家禮를 해설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풍습으로 행해지던 각 가지 습속과 여러 학자의 학설 및 당신의 견해를 곁드려 한국 주체적인 색채가 농후한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의 禮書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민간본으로 완벽한 이론서로서는 이것이 처음이며, 기타의 禮書는 거재가 가례즙람 이후에 간행되었기 때문에 그 논거(論據)를 여기에 두고 있어 가위 '禮書의 宗'이라 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국역(國譯) 간행이 안되어 아쉽습니다. 古本 사계문집, 영인(影印), 사계·신독재전집 등에 있습니다.
19 술을 마시는 데도 예절이 있습니까? 酒道를 말씀해 주십시요?
19 우리가 음식을 먹는 데에 禮가 따르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술은 마시면 취하고 취하면 정신이 혼미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더욱 예절이 엄격합니다. 우리나라의 酒道는 향음주례(鄕飮酒禮)로 대표됩니다. 향교, 서원, 관아(官衙) 등에서 춘추로 관내의 선비들이 모여 엄격한 음주의 예절을 하나의 의식으로 행했습니다. 이런 의식절차가 몸에 배이면 평소의 음주에도 예절을 바르게 할 것이라는 배려라 하겠습니다. 술은 처 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거듭되면 술이 술을 마시고, 지나치면 술이 사람을 마셔 망신시키고, 못 참으면 술이 처자(妻子)까지도 마시게 되어 패가합니다. 술이 술을 마시는 단계에 이르지 않도록 사람이 술을 마시는 단계에 머무는 것이 酒道이 으뜸입니다.
20 저는 어른에게 "수고하십시요"라고 인사했다가 꾸중을 들었습니다. 잘못된 것입니까?
20 "수고하십시요"는 일을 하라는 말이 됩니다. 아랫사람이 어른의 일을 해드리지는 못할 망정 일을 하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예를 들어 상사 보다 먼저 퇴근하면서 "수고하십시오" 하면 "저희는 먼저 나가면서 나보고만 일을 하란다"고 언짢아 할 것입니다. "전 먼저 나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등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른에게 일이 끝난 뒤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은 수고를 위로하는 인사라 괜찮습니다. 같은 '수고'라는 말도 미리 말하면 미리 말하면 하라는 뜻이고 뒤에 말하면 위로의 뜻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