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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난 잎을 자르며 - 죽암 성용환-

난잎을 자르며/ 죽암 성용환 짤라 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서슬 퍼런 연초록 젊음 비수처럼 하늘 향해 솟아 있는데 진초록 늙은 난잎 하나 얼마 전부터 조금씩 휘어지더니 오늘 아침 기어이고개를 숙인다. 아직 윗부분은 멀쩡한데 아랫도리가 가늘게 꼬여 있다. 삶의 무게 너무 무거웠나 보다. 몹쓸 미련에 일어나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미세한 떨림만 있을 뿐 소용이 없다. 지그시 두 눈 감으며 독백을 한다. "미안하다. 잘 가거라" 포기한 듯 미세하게 떨리던 난잎 고개 숙인 채 미동도 없다. 잠시 침묵 흐른 뒤 싹둑. 가위 소리 들리고 눈물 한 방울 또르르 굴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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